◆66개월 공들여 '우량 씨수소' 선발

이를 위해 한우개량사업소에는 석·박사급 7명을 포함해 모두 88명의 전문가들이 힘을 쏟고 있다. 이곳에서 정액을 생산하는 '씨수소'는 선발 과정부터 엄격하다. 먼저 전국 한우 농가에서 생산된 수송아지 중 우수한 송아지 500마리를 '후보 씨수소'로 뽑는다.

이들을 개량사업소에서 6개월 동안 사육하면서 무게와 외형 등을 평가해 460마리가 탈락하고, 40마리만 '후보 씨수소'로 남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들의 정액을 암소에 인공 수정한 뒤 생산된 송아지를 통해 유전능력까지 검증받아야 한다. 500마리의 후보 중 20마리만이 '보증씨수소'로 선발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걸리는 시간은 약 66개월(5년6개월). 씨수소 한 마리는 20억원이 넘는 가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뽑힌 씨수소는 최상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특별 관리를 받는다. 정액을 통해 질병 전파가 될 수 있는 다양한 바이러스성 질병 검사는 물론 국립수의과학검역원과 충남가축위생연구소를 통해 6개월에 1번씩 종합 검진을 받는다. 또 개량사업소는 서산시로부터 '종축보호지역'으로 지정받아 방역을 하고 있다. 만에 하나 전염병으로부터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전북 무주에 '후보 씨수소' 50마리를 별도로 사육 중이다. 사업소측은 보증을 받은 씨수소로부터 주 2~3회씩 정액을 채취해 전국 각지로 보급한다.
 

◆1등급 한우, 10년전보다 4배 이상 늘어

이처럼 엄격한 씨수소 관리로 한우의 품질도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단적으로 2006년 농협 서울축산물공판장에는 무게 1117㎏짜리 한우가 선보였다. 이 한우의 낙찰가격은 일반 한우의 2배가 넘는 1300만원.  이 한우의 '아버지'는 한우개량사업소에 있는 씨수소였다. 지난해 제12차 '한우개량추세조사' 결과 18개월 된 거세하지 않은 한우의 체중은 567㎏으로 전국 평균 체중을 처음 측정한 1974년의 290㎏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육질 개선도 이뤄졌다. 지난해 1등급 한우 출현비율은 50.9%로 10년 전(12.8%)보다 4배 정도 늘었다. 이로 인해 연간 2600억원의 농가 소득 증대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우 품질 고급화를 위해 한우개량사업소측은 작년 9월부터 후보 씨수소를 육량(무게)으로만 평가하던 기존 방식 대신 육질(肉質)까지 같이 평가하는 체계로 바꾸었다. 올해부터는 후보 씨수소를 400마리에서 500마리로 확대했다.

차의수 한우개량사업소 차장은 "초음파기법으로 씨수소를 선발하는 기간을 5.5년에서 2년으로 줄이는 등 경쟁력 있는 한우를 생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과제도 많다. 그동안 보증씨수소 선발을 위한 노력에 비해 어미소의 체질 개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실제 암소까지 포함하면 한우의 개량 효율은 70%가 넘는다는 것이다.

씨수소

씨를 받기 위해 기르는 수소. 국내 한우 씨수소는 농협중앙회 한우개량사업소가 일괄 관리한다. 사업소는 씨수소로부터 인공수정용 정액을 생산한 뒤 전국 한우농가에 공급한다.